콘텐츠로 건너뛰기
Home » 원노트로 종이 없는 수업 만들기

원노트로 종이 없는 수업 만들기

현시점에서 큰 장벽 없이 학교에 도입할 수 있는 최고의 LMS는 원노트라고 생각한다. 시중에는 다양한 LMS(Learning Managenent System: 학습 관리 체계)가 있다. 그중 구글의 Classroo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Teams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물론 각 교육청에서 개발한 도구도 있으나 사용성, 완성도 면에서 한참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논외로 하겠다. 이 글에서는 원노트로 수업을 하게 된 과정과 직접 겪은 장단점을 다루도록 하겠다.

원노트를 사용하게 된 이유

2020년도 1월에 구글에 교육기관 인증을 받고 구글 클래스룸을 도입했다. 순전히 개인 수업에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때마침 코로나 19로 인해 내가 구축한 구글 체계가 자연히 학교 체계로 바뀌었다. 얼떨결에 TF팀에 합류하여 클래스를 개설하고 학생들 계정을 생성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클래스룸을 사용하며 좋았던 점은 학생 개별 과제 채점이 가능하다는 점과 구글 드라이브를 사용하여 학생들의 과제를 관리하기 쉽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수업이 원격으로 이뤄지던 터라 과제를 제시하고 학생 하나하나 피드백을 주는 기능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구글 클래스룸 과제 제시 사진
이런 식으로 과제를 제시하곤 했다.

하지만 원격 수업이 종료되고 학교에서 클래스룸을 사용하려고 하니 불편한 점이 있었다. 클래스룸은 과제 제시에는 탁월하였지만 학습지를 배부하고 그것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해결방안을 찾아보다가 발견한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Teams였다. 하지만 이미 학교 시스템을 구글 클래스룸으로 잡은 데다가, 1인 1단말기가 보급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수업을 전자적인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마음을 접었다.

2022년 우리 지역 모든 학생들에게 1인 1단말기를 지급하는 사업이 시작되었다. 때마침 학교도 옮겼겠다, 마음에 담아만 두었던 Teams를 활용해 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게 필요한 것은 Teams가 아닌 그 안에 내장된 기능 중 하나인 원노트였다. Teams라는 가상 교실환경 속에 Onenote라는 전자 노트가 내장되어 있는 개념인데, 학생들과 대면하여 전자 필기장을 사용하는 것이 주 목적인 나로서는 원노트만 사용해도 충분했다. 그렇게 마이크로소프트 교육용 계정을 승인받고, 학생들 계정을 일괄생성하는 등 원노트를 수업에 활용할 준비를 마쳤다. 그 후 1년간 원노트를 활용해 수업을 하면서 느낀 장점과 단점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장점

수업 준비 시간 절약

물론 실제 수업을 준비하는데 드는 시간은 줄어들 수 없다. 단, 수업을 준비할 때 물리적으로 허비해야 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바로 학습지 제작 및 배부이다. 한 반에 26명이 있는 교실 10개를 다니며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매 차시 학습지를 넉넉잡아 약 270-280장 인쇄해야 한다. 일주일에 세 차시를 진행하려면 그 세 배를 인쇄해야 하며, 학생들에게 배부하기 전 까지는 내 책상에 학습지 더미를 쌓아두어야 한다. 원노트를 활용하면서 그 시간과 공간을 모두 아낄 수 있었다. 더 이상 인쇄실에 찾아가 인쇄 의뢰를 하지 않아도 되며, 각 반의 진도를 미리 파악해 차시에 맞는 학습지 1부를 챙겨가서 분단별로 나눠주지 않아도 된다. 클릭 한 번이면 모든 학습지는 학생들 단말기에 전송되어 있다.

원노트 페이지 배포
페이지 배포 기능으로 학생들에게 학습지를 쉽게 배부할 수 있다.
원노트 페이지 배포

복습 퀴즈 실시하기 쉬움

나는 영어를 가르친다. 영어 단어 암기에 가장 탁월한 방법은 주기적인 테스트라고 생각한다. 정보의 인출이 곧 장기 기억으로 가는 지름길이니까. 그동안은 인쇄의 부담감으로 테스트를 자주 하지 못했다. 자주 실시한다고 해도 칠판에 내가 단어 몇 개를 적고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형식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원노트를 도입한 이후 매 시간 5분 동안 지난 차시에 배운 단어 및 문장을 활용해 퀴즈를 실시한다. 시험 직후 학생 한 명을 추첨하여 그 학생의 시험지를 화면에 공유한다. 그리고 채점까지 실시간으로 마친 뒤 본 수업에 들어간다. 학생들의 노트에는 그간의 단어시험 결과가 기록으로 남아 자신의 성취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원노트로 매 시간 실시하는 단어(?)시험. 처음엔 단어만 치다가 욕심이 생겨 문장까지 범위에 넣었다.

클래스카드 등 서드파티 앱 활용 가능

단어 암기 용 클래스카드,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하기 위한 패들랫 등 분위기 환기나 수업 활동 보조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교사들 사이에서 많이 공유되고 있고 이를 직접 활용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기기를 상시 지니고 있지 않을 때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교과서와 종이로 수업을 진행하다가 온라인 퀴즈, 온라인 보드 등을 활용하려면 가지고 있던 단말기를 꺼내 전원을 켜야 한다. 누군가는 배터리가 없고, 누군가는 단말기 자체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 선생님이 알려준 사이트 주소를 독수리타법으로 한 타 한 타 쳤지만 없는 페이지라는 창이 나온다. 100퍼센트 사이트 주소에 오타가 났다. 학생의 오류를 수정해 주다 보면 어떤 학생은 혼자서 모든 과정을 끝내고 지루해한다.

수업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온라인 도구를 활용하려 했지만, 이런 경우에는 수업의 흐름만 깨질 뿐이다. 하지만 이미 수업을 단말기를 활용해서 진행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말기는 이미 켜져 있고, 사이트 주소는 원노트 페이지에 링크로 제시되어 있다. 클릭 한 번이면 클래스카드든 패들랫이든 바로 사용하고 다시 원노트 학습지로 돌아올 수 있다.

클래스카드 링크 사진
필요한 외부링크를 학습지 형태로 배부해 준다.


단점

단말기가 없으면 안됨

단말기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 원노트를 활용한 첫 해에는 이 문제까지 미리 생각해서 여분의 학습지를 인쇄해서 다녔다. 그랬더니 점점 단말기를 가지고 오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결국 매 시간 인쇄해야 하는 학습지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기더라. 지금은 일절 학습지를 인쇄해 주지 않는다. 단말기가 수업 도중에 고장 나는 상황일 때에는 연습장에 필기하게 한 후 내가 미리 완성한 학습지를 해당 학생에게만 공유해 준다.

학생들의 디지털 문해력

학생들이 생각보다 컴퓨터를 잘 못 다룬다는 점도 단점 중 하나이다. 나는 컴퓨터를 좋아하고 학생들이 아는 것보다는 많이 알고 있기에 문제 상황을 즉석에서 해결해 주는 편이다.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앱을 껐다 켜거나 컴퓨터를 껐다 켜면 해결된다.

컴퓨터 껐다 켜보셨나요?

그럼에도 수업 중에 분명 자주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사리 동료 교사에게 추천해주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내가 찾은 해법은 다음과 같다. 계정설정, 컴퓨터 이상 등의 문제는 수업 시작 5분 동안 가장 많이 발생한다. 나는 수업 시작 직후 복습퀴즈를 실시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동안 문제 있는 단말기를 손봐준다. 그 학생은 퀴즈 푸는 시간에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나머지 수업에는 문제없이 함께 할 수 있다. 같은 학생이 매 시간문제가 생기지는 않기에 이 정도면 두루 만족할만한 해법이 아닌가 싶다.

원노트를 활용해 수업을 해 보자

아마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 학생 1인 1 단말기 사업을 추진 또는 시행하고 있을 것이다. 수업의 선진화를 꾀한 것이겠지만 기기만 휙 던져준다고 수업이 선진화되거나, 학생이 더 스마트해지지는 않는다. 심지어 ‘스마트 단말기’라 불리는 이 기기는 성능이 나빠도 너무 나쁘다. 모바일 운영체제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윈도우 운영체제 컴퓨터를 줬다는 사실 자체만 봐도 깊은 고민 없이 사업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그럼에도 소속 직원으로서 이 사업이 돈낭비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여러 방안을 모색하였고, 지금의 수업 체계를 자리 잡았다. 혹시나 이 글을 읽은 선생님이 있다면 원노트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해 보시기를 추천한다.